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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824

하나님의 장난기 - 겨자씨

“진지함, 측은함, 장난기… 이 세 가지가 지금까지 제 문학을 지탱해온 축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진지함이 없다면 진실에 대한 지향이 없을 테고, 측은함이 없다면 윤리적 책임감 같은 것이 없을 테고, 장난기가 없다면 예술가라 할 수 없을 테지요.” 시인 이성복 교수의 책 ‘극지의 시’ 중 한 구절입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진지함, 측은함뿐 아니라 장난기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어떠실까요.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동물들을 보면 하나님의 유머를 느낍니다. 도토리를 입에 문 얼룩 다람쥐, 목도리도마뱀, 능청스러운 거북이 얼굴, 무심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해마, 빨간 눈 청개구리…. 천지를 만드신 능력의 하나님은 버들강아지와 장미를 만드신 심미적인 하나님, 불도그를 만드신 유머의 하나님이십니다. 천지에 가득한 하나님의..

대머리와 미용사 - 겨자씨

오래전 한 잡지에서 읽은 유머입니다. 머리카락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이 미용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습니다. 미용사가 당황하면서도 손님에게 물었습니다. “머리를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묻자 “모발 심는 곳에 가봤는데 심는 과정이 너무 따가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고통 없이 내 머리를 당신 머리처럼 만들어주면 5000달러를 주겠소”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알겠다”고 답한 미용사는 얼른 자기 머리를 빡빡 깎아버렸습니다. 글을 읽고는 키득키득 웃었지요. 하지만 웃다 말고 찔리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손님이 원했던 것은 ‘내 머리를 당신 머리처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5000달러라는 엄청난 약속 때문이었을까요. 미용사가 한 일은 ‘자기 머리를 손님 머리처럼’ 만든 것이었습니다. 모양만 같으면..

‘찐’의 의미 - 겨자씨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 ‘찐’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거 찐이냐”고 물었다면, 그 이야기는 진실을 의심받고 있는 겁니다. 힘주어 진지하게 “그거 찐이야”라고 대답했다면 그 대답은 진정성을 담보한 대답이지요. 진짜와 오리지널을 강조하는 이 말을 들을 때 ‘지금 세상은 진짜에 목말랐구나’ ‘진정성에 갈급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찐크리스천’이냐고 물을지 모릅니다. 겉으로 교회 다니는 것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찐’이라면 삶으로 증명해 보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인다운 구별된 이야기가 있느냐 묻습니다. 옛날엔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구별법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더 고차원적인 것을 묻습니다. 자신의 믿음을 이야기할 뿐 아니라 ..

영적 일기예보 - 겨자씨

우리나라에는 항구가 많습니다. 제주도에도 항구가 많습니다. 항구마다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데, 큰 배의 선장이든 작은 배의 선장이든 매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일기예보 확인은 언제 불어올지 모르는 태풍과 높은 풍랑을 피해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파고와 풍속을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날씨가 좋아 보인다고 무턱대고 배를 띄울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읽는 성경에도 일기예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한복음 16장 13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보혜사 성령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시고 장래 일을 알려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기상청은 성령님이고 일기예보는 사도행전 2장 17절에 언급된 예언 환상 꿈이 될 것입니다. 우리도 성령님께서 알려주시는 영적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살..

우선순위 - 겨자씨

요나 1장에 보면 니느웨로 가서 심판을 선포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절하고 다시스로 향하는 배를 타고 가는 요나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 불순종의 길에서 배는 큰 풍랑을 만났습니다. 폭풍이 누구 때문인지 제비를 뽑자 요나가 걸렸습니다. 배 안의 사람들은 재앙이 어디에서 왔으며 너는 누구냐고 물었을 때, 요나는 “나는 히브리 사람이요 바다와 육지를 지으신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로라”(욘 2:9)고 대답했습니다. 그의 답 속에서 우리는 요나의 우선순위를 봅니다. 그는 하나님보다 자기 자신이 히브리 사람임을 먼저 밝혔습니다. 그의 무의식 속에는 하나님의 뜻보다 자기 민족이 우선이었습니다. 자기 민족이 아니라 이방 민족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이 싫었던 것입니다. 거칠고 험한 바다 위에서 힘겹게 항해하는..

있어야 할 것 - 겨자씨

“자동차에는, 라디오가 있어야 합니다. 학급에는, 오락부장이 있어야 합니다. 교실 칠판에는, ‘떠드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혹은 ‘오늘의 당번’이 있어야 합니다. 커피에는, 향이 있어야 합니다. 휴대폰에는, 잊히지 않는 번호가 있어야 합니다.” 카피라이터 이시은의 책 ‘짜릿하고 따뜻하게’ 중의 한 구절입니다. 비 오는 날에는 부침개가 있어야 하고 하굣길에는 떡볶이가 있어야 합니다. 소풍에는 김밥과 사이다가 있어야 합니다. 달력에는 휴일이 있어야 하고 기념일이 있어야 합니다. 옛일에는 추억이 있어야 하고 오늘에는 환희, 내일엔 희망이 있어야 합니다. 액셀러레이터에는 브레이크가 있어야 하고 무너짐에는 재건축이 있어야 합니다. 손에는 성경이 있어야 하고 책이 있어야 합니다. 내겐 하나님이 있어야 하고 당신..

파 보나 마나 - 겨자씨

충주에서 태어나 활동하던 권태응 시인은 33살이라는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을 얻어 6년밖에 시를 쓰지 못했지만, 참 아름다운 글을 남겼습니다. 그의 작품 중 널리 알려진 것이 ‘감자꽃’입니다. 그의 노래비에도 그 시가 새겨져 있으니 대표작이라 할 만하겠습니다. 동요로도 불리는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짧고 단순하면서도 그윽합니다. 감자꽃이 피려면 한참 멀었지만, 감자꽃을 떠올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알게 하면 좋겠다 싶어서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삶의 모습이 아름다워 저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면 좋겠다..

해걸이와 영성 관리 - 겨자씨

제주도에서 20년 동안 귤 농사를 지으신 부모님에게서 들은 신기한 이야기입니다. 제주도의 대표 작물인 귤나무는 한 해는 귤 열매가 많이 달리지만, 다음 해는 열매 숫자가 반으로 줄어든다 합니다. 식물학적으로 이 현상을 ‘해걸이’라고 합니다. 농촌진흥청은 해걸이를 ‘과실이 한 해는 많이 결실하고, 그다음 해에는 결실량이 아주 적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아무리 농부가 거름을 많이 주고 정성껏 관리해도 해걸이를 피할 수 없다 합니다. 식물들이 일종의 ‘몸 관리’를 하는 셈입니다. 귤나무를 비롯한 몇몇 농작물들도 해걸이를 하며 자기 관리를 한다 합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놀라운 자기 관리 시스템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은 그 어느 피조물보다도 자기 관리를 잘하도록 창조됐습니다. 그러나 ..

꾼과 리더의 차이 - 겨자씨

“아픔을 느껴야 리더가 됩니다. 아픔 없는 능력은 ‘꾼’이 되게 하지만 아픔을 느끼는 능력은 ‘리더’가 되게 합니다.” 작가 최필규의 책 ‘30센티 마음 여행’ 중 한 구절입니다. ‘꾼’은 이웃을 아프게 해서라도 자신의 성공을 추구하지만 ‘리더’는 이웃의 아픔을 보듬으며 이웃의 삶을 꽃피우게 합니다. 꾼은 카우보이처럼 뒤에서 양들을 몰아가지만, 리더는 목자처럼 양들 앞에 서서 역경을 헤치며 이끕니다. 꾼은 설탕같이 자기 맛을 내려 하고, 리더는 소금같이 자신이 없어지면서 남의 맛을 내어 줍니다. 진정한 리더이신 예수님은 자신이 오신 이유와 목적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

예수님의 얼싸안기 - 겨자씨

농촌에서 목회할 때입니다. 온종일 방치되는 동네 어린이들을 위해 놀이방을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일하러 나갈 때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데려가는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그때 닭 몇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점심 반찬으로 달걀을 주기 위해 길렀지만, 뜻밖에 생명의 신비를 느낀 계기가 됐습니다. 암탉 한 마리가 알을 품었는데 하필 막 장마가 시작될 무렵이었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3주 동안 둥지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낸 암탉은 털이 거의 다 빠질 만큼 기진했죠. 저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던 어느 날, 솜털 같은 병아리들이 깨어났습니다. 아이들도 그 광경을 보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때 경험이 소중하게 남아 있습니다. 생명의 변화는 시간이 지나가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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