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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824

달과 별이 함께 있는 이유 - 겨자씨

큰딸 소리(笑里)가 아주 어렸을 적, 둘이서 서울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원주로 내려오는 시간, 막 땅거미가 깔리며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창가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던 딸이 물었습니다. “아빠, 해는 환한 데 있으니까 혼자 있어도 괜찮지만, 달은 캄캄한 데 혼자 있으면 무서울까 봐 별이랑 같이 있는 거예요?” 먹물처럼 어둠이 번진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하늘에 돋아나는 달과 별을 보면서 어린 딸은 그런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딸의 말을 듣고 창밖을 내다보니 쪽배를 닮은 초승달과 그 옆에 환한 별 하나가 떠 있었습니다. 달과 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어린 딸의 마음이 예뻐 한껏 인정을 했습니다. “그래, 그렇겠구나. 네 말이 꼭 맞겠구나.” 소리는 졸음에 겨워 아빠 무릎을 베..

마구간 성탄 - 겨자씨

많은 사람이 예수님의 마구간 탄생 사건을 특별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왕이 될 인물의 비천한 출생이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로마의 설립자 로물루스는 바구니에 담겨 티그리스강에 버려졌습니다. 강을 따라 흘러가다 팔라티노 부근 언덕에 걸려 멈춘 것을 늑대가 물어다 젖을 먹였습니다. 페르시아 고레스 대왕도 버려진 아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마구간 탄생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구간이 ‘왕’이신 예수의 출발점이자 종착지였기 때문입니다. 세상 영웅들은 비루한 곳에서 시작할지라도 화려한 왕궁으로 끝이 납니다. 그러나 예수의 삶은 마구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마구간부터 광야, 빈들, 선상, 동굴, 가난한 자들의 집을 거쳐 십자가에서 삶을 마칠 때까지 한순간도 예외 없는 낮아짐의 연속이었습니..

내 인생의 로마 - 겨자씨

이탈리아 로마 아우렐리아 성벽의 성문을 빠져나가면 작은 건물과 만난다. 쿼바디스도미네 교회다. 교회 안에선 예수님의 발자국을 볼 수 있는데 로마를 향하고 있다. 그곳에 사도 베드로의 발자국이 있었다면 예수님과는 정반대 쪽을 향했을 것이다. 네로 황제 때 핍박이 심해지자 성도들은 베드로에게 로마를 떠나라고 했다. 누군가는 살아남아 양들을 인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베드로의 결정은 예수님과 달랐다. 이때 베드로는 운명적 질문을 던졌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나는 네가 지기 싫어하는 십자가를 지러 로마로 간다.” 이 대답을 듣고 베드로는 로마로 향했다. 미국에 있을 때 혼란과 혼돈 속에서 운명적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주여, 제 인생의 로마는 어디입니까?” “첫 번째 것은 내 생각이지만 두 번째 ..

함박과 구유에 누이신 아기 예수님 - 겨자씨

올해 첫눈은 함박눈이었습니다. ‘함박’은 함지박을 줄인 말로 바가지의 일종입니다. 바가지는 박에 작은 것을 뜻하는 접미사 ‘아지’를 붙인 말입니다. 박을 반으로 잘라 속을 파낸 다음 삶고 말려서 만들었습니다. 큰 것은 물바가지로, 중간 것은 쌀바가지로, 작은 것은 장독에서 장을 뜨는 장바가지로 썼습니다. 작은 바가지는 표주박이라고 하며 호리병 모양의 조롱박으로 만들었습니다. 박으로 만들 수 없는 아주 큰 바가지는 통나무 안을 파내 만들었고 이를 함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함박은 함박눈, 함박꽃, 함박웃음처럼 넉넉하고 풍성한 것을 의미하는 수식어가 됐습니다. 함박은 음식을 담아두거나 떡을 반죽할 때, 음식을 담아 손님상에 내갈 때도 사용했습니다. 가축의 먹이를 담아주는 구유로도 쓰였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

에스프레소 - 겨자씨

요즘 식사를 한 뒤 커피 마시러 카페에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카페에 가면 여러 가지 커피가 있죠. 그중에 양도 아주 적은 데다 진하고 써서 아무도 안 마실 것 같은 커피가 있습니다. 바로 에스프레소입니다. 그런데도 카페마다 에스프레소는 꼭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에스프레소가 모든 커피의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물을 넣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따뜻한 우유를 부으면 카페라테가 됩니다. 여기에 우유 거품을 진하게 내서 계핏가루나 초콜릿 가루를 뿌리면 카푸치노가 되고 캐러멜 시럽을 첨가하면 캐러멜마키아토가 됩니다. 초콜릿 시럽을 넣으면 카페모카가 되고 그 외의 여러 가지 커피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커피를 만드는 기본 재료인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심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마중과 반보기 -겨자씨

오는 사람을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나가서 맞이하는 것을 ‘마중’이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오면 들뜬 마음으로 마중을 나갑니다. 어릴 적엔 퇴근하는 아버지를 위해 기차역으로 달려 나가고는 했지요. 지금까지 가장 멀리 나간 마중은 언제였는지요. 외국에 다녀오는 가족을 위해 공항으로 나가거나 군에 간 아들이 첫 휴가를 받았을 때 집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부대 정문까지 달려간 마중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보기’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시집 간 딸과 친정의 모친이나 가족이 양가 마을의 중간쯤에서 만나 그리움과 정담을 나누는 풍습이었습니다. 친정으로 가지 않아 시댁 가사에 큰 지장을 주지 않고 친정에 드릴 정받이 음식을 장만하지 않아도 되며 당일로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한 풍속으로 이용됐지요. 요즘 세..

신의 무릎 - 겨자씨

10대 후반이었던 1983년 처음 영국에 갔습니다. 랭귀지 스쿨에 다니며 하숙을 했습니다. 영어와 보수적 문화가 목을 죄는 듯했습니다. 하숙집 주인은 요구가 많았습니다. 저녁은 5시30분, 안 먹으려면 하루 전에 알려 주고 그릇은 항상 개수대에 놓으라 했습니다. 불편했습니다. 저녁을 먹든 안 먹든 값은 한국의 아버지가 지불한 것이고 하숙비를 냈으니 그만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주인아주머니가 자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빠가 있는데 다리 하나를 잃었어. 참전했다가 부상당했지. 그때 오빠 나이가 너와 비슷해.” “어떤 전쟁이었죠?” “한국전쟁.” 순간 저는 벌떡 일어나 90도로 절했고 뭐든 순종하겠다고 했습니다. 일찍 귀가했고 방 청소와 빨래도 스스로 했습니다. 언젠간 그 희생에 보답하겠다고 ..

길을 잃어버렸을 때 - 겨자씨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두운 광야에서 홀로 모래바람을 맞으며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몰라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습니다. 이 꿈처럼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 묻는 때가 있습니다. 진로 결정을 앞둔 청년, 은퇴를 앞둔 직장인,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이 이런 질문을 만납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까지 잘 살아왔나’ ‘어디로 가야하나’ 질문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그때 바로 하나님의 초대장을 받은 것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의 인생에 동행하기 위해 새로운 대화를 원하십니다. 많은 사람 속에서, 첩첩이 쌓인 일 가운데, 분주함 속에 살아갈 때 확실한 길을 간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그때 하나님을 잃어버립니다. 사람들이 떠나가고, 할 일이 없어지고, 공허함을 느낄 때 ..

아인슈타인 방정식과 겨자씨만 한 믿음 - 겨자씨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한 물리학자가 “야구공을 빛의 속도로 던지면 어떻게 될까” 질문했습니다. 그가 들려준 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야구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핵폭발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야구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일어나는 질량의 변화가 에너지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 ‘E=mc²’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질량 단위에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하면 에너지 단위와 같아지는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에 따른 것입니다. 질량은 아주 작아도 상관없습니다. 0만 아니면 됩니다. 질량에 곱해지는 빛의 속도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양으로도 산을 날려버릴 수 있는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믿음의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믿음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에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능력..

작은 믿음이라도 - 겨자씨

얼마 전 독일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을 만났습니다. 부산의 우리 교회까지 직접 운전해서 오셨죠. 그런데 이분 차가 선교사가 타기엔 너무 좋은 차였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차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자신을 파송해 준 교회에서 설교한 뒤 성도들과 식사하면서 가족들과 부산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한 집사님이 타지 않고 세워 둔 차가 있는데 사용하라며 내주셨답니다. 그런데 막상 차를 받고 보니 너무 낡아 부산까지 도저히 가지 못할 것 같았다는 겁니다. 가까운 정비소에서 점검을 받았습니다. 결론은 ‘부산까지 절대 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난처해하는 선교사에게 정비소 사장은 “저도 집사입니다. 제 차를 타고 다녀오시죠”라며 차 키를 내주더라는 겁니다. 그 차가 바로 문제의 ‘좋은 차’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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