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겨자씨 824

갈대 상자는 사랑입니다 - 겨자씨

“작은 갈대 상자 물이 새지 않도록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네/ 어떤 맘이었을까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흐르고 흘러….” 젊은이들이 즐겨 부르며 사랑하는 찬양 ‘요게벳의 노래’ 가사입니다.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아들을 나일강에 던지라는 바로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갈대 상자를 준비해 아기를 넣었습니다. 갈대 상자의 히브리 원어 ‘테바’는 본래 노아의 홍수 사건에 등장하는 방주를 의미합니다. 커다란 방주도, 작은 갈대 상자도 모두 동력이 없습니다. 주어지는 운명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똑같이 ‘테바’인 셈이죠. 요게벳은 자신의 능력으로 살릴 수 없는 아기를 보내며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바로의 딸에게 인도하셨습니다. 그는 모세를 건져냈습니다. 왕궁에서 자란 모세는 결국 ..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합니다 - 겨자씨

오래 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집회를 마친 뒤 부헨발트를 찾았습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가 있던 곳으로 혹독한 노동과 기아, 처형 등으로 6만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곳입니다. 수용소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듯 깊은 숲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밧줄에 묶인 채 끌려간 진입로는 자동차로도 한참이나 걸렸는데 이름이 ‘피의 거리’였습니다. 수용소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무엇보다 남아있는 전시물이 숨을 막히게 했습니다. 수많은 기록과 사진, 당시 유대인들이 신었던 신발과 안경들이 전시돼 있었고 그중엔 두세 살 아이가 신었겠다 싶은 작은 운동화 한 켤레도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많은 학생과 어른이 찾아와 독일이 저지른 만행을 돌아보며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아버지와 김칫국 - 겨자씨

제 아버지는 유복자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친척집에 맡겨져 자랐습니다. 어머니 얼굴을 처음 본 게 중학교 2학년 때라고 하십니다. 제 어머니는 평양 출신입니다. 공산당의 핍박을 피해 달 없는 밤에 임진강을 건너 서울로 오셨습니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으십니다. 어려운 일을 만나도 “일단 기도하고 운동화 끈을 다시 묶고 뛰면 된다. 하나님은 38선 철책도 뚫어주셨다”고 하십니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이 부산행 피난열차 중간역에서 허겁지겁 먹던 김칫국이랍니다. 저는 “100번도 넘게 들었어요. 이젠 그만하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그때 아버지가 피난열차에서 떨어져 죽었으면 지금 너는 없는 거야” 하십니다. 아버지는 새벽기도를 다녀오신 뒤 자고 있는 저에게 ..

나의 영혼을 끌어안다 - 겨자씨

어릴 적부터 등산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다리 근육 때문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커서 보니 심폐 기능 때문이었습니다. 등산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애환이 있습니다. 잘 걷는 사람들이 저만치 가서 기다려주지만, 애써 따라가도 도착하자마자 또 가버린다는 것입니다. 죽을 만큼 힘을 내어 갔는데, 잠깐의 쉼도 없이 또 따라가야 하는 지경이 됩니다. 오래전 들은 예화가 있습니다. 원주민의 안내를 따라 오지를 탐험하던 백인들이 일정이 빠듯해 무리하게 길을 갔습니다. 그런데 사흘 길을 가자 원주민들이 자기들은 갈 수 없다며 버티더라는 겁니다. 이유를 물으니 “나의 영혼이 아직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고 했답니다. 이 말이 가슴에 꽂혔습니다. 얼마나 많은 순간 나의 영혼이 나를 따라오지 못했는데도 강행군을 했던가…. 어느 ..

어버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 - 겨자씨

2017년 어버이날 설문조사에서 받고 싶은 선물 1순위는 남녀 모두 현금이었습니다. 2위는 가족 식사, 3위는 효도여행이었습니다. 부모님은 현금을 제일 좋아하는데, 선물을 드리는 자녀의 입장에서 현금은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금을 함께 담은 꽃상자와 꽃바구니, 현금으로 쌓은 케이크 같은 상품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 순위를 매길 때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식이 잘될 때라는 전제입니다. 자식이 일이 잘 안 풀려 힘든 상황인데, 어느 부모가 이런 선물을 바랄까요. 많은 부모에게 0순위 선물은 자식이 잘되는 것입니다. 믿는 부모에겐 자식이 솔로몬처럼 하나님께 복 받아 잘되는 것이 최고의 선물일 것입니다. 일천 번제(燔祭)는 솔로몬의 ‘트레이드마크’입니..

진정한 히어로 - 겨자씨

많은 팬이 기다렸던 마블 시리즈의 마지막 편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돼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등장합니다. 천하무적의 망치를 휘두르는 천둥의 신 토르도 나오고 어떤 공격도 막아내는 무적의 방패를 든 군인 캡틴 아메리카도 등장합니다. 마음대로 하늘을 날면서 손에서 광선을 뿜는 닥터 스트레인지,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녹색 거인 헐크도 등장합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아이언맨은 언제나 기다려지는 히어로죠. 이들의 목적은 지구를 구하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하나님은 어떤 히어로를 선택하셨을까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이 보낸 히어로는 의외로 한 아기였습니다. 힘도 없고 연약한 아기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이 세상을 변화시킬..

아버지, 고맙습니다! - 겨자씨

임길택 선생은 탄광마을에서 교사로 지내며 그곳의 아픔을 나직한 목소리에 담아냈습니다. 탄광마을의 특징 때문일까요, 그의 동시집 ‘탄광마을 아이들’에는 아버지에 대한 글이 많이 나옵니다. “아버지의 왼손 네 손가락/ 엄지손가락만 빼고는/ 모두 잘라냈다// 그 손으로도/ 아버지는/ 나를 업어주셨고/ 내 팽이를 깎아주셨고/ 하루도 빠짐없이/ 탄광일을 나가신다// 오늘은/ 축구를 하다가 넘어져/ 오른쪽 얼굴을 깠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잘려나간/ 아버지의 손가락 생각을 하며/ 쓰린 걸 꾹 참았다// 이제 나는 울지 않는다” -‘이제 나는’ “아버지 사진만으로는/ 우리 집이/ 채워지질 않아요// 병으로 누워계실 때만 해도/ 아버지가/ 우리 집을 꽉 채우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요// 그러나 지금/ 아버지 사진..

아픔을 공유하라 - 겨자씨

오프라 윈프리는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외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 사이를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그녀가 겪었던 아픈 경험들은 그녀가 진행하는 토크쇼마다 스며들어 있습니다. 한 번은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던 여인에게 윈프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도 과거에 코카인을 했던 적이 있어요. 당신만 조난 당한 것이 아니고 저도 조난 당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당신 사정을 너무나 잘 알아요. 절망하지 마세요.” 사랑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초대교회 성도들이 물건을 통용하며 자신의 소유를 팔아 필요한 자들과 나누었다고 말씀하십니다(행 2:44~45). 어떻게 이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요. 아픔을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자기 것을 팔아 나눠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

스카이캐슬 - 겨자씨

자녀를 데리고 바벨탑 꼭대기로 올라가려는 부모들이 모여 사는 곳이 스카이캐슬입니다. 비슷한 환경에 사이좋게 지내는 듯 보이나 실은 모두 경쟁상대로 인식하며 정작 중요한 정보는 절대 나누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꼭대기에는 내 아이만 올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명령하고 입력한 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닙니다. 학벌 판타지를 꼭짓점으로 정해놓고 선행학습으로 몰아칩니다. 명문대에 진학해도 부작용은 나타납니다. 부모와 관계가 틀어지거나 우울증에 걸립니다. 심하면 자해를 합니다. 그 흉터를 지우려고 성형외과를 찾는 부모와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게 스카이캐슬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현대 가족의 비극은 너무 바쁘다는 겁니다. 돈 벌기 바빠 자녀와 시간을 보낼 수 없고, 학원 다니기 바빠 부모와 만날 ..

보는 것에 속다 - 겨자씨

교회 초청 집회를 다니다 보면 다양한 교회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1980년대에 불렀을 법한 찬양과 율동을 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족히 50년은 넘어 보이는 건물에서 제가 주일학교에 다닐 때와 같은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세련되고 멋드러진 외관의 교회에서 훌륭한 음향을 갖춘 예배를 경험할 때도 있습니다. 강사 초년 시절에는 보이는 것만으로 짐작을 많이 했습니다. ‘이 교회는 아직 바꿀 것이 많구나’ 혹은 ‘이 교회는 시대에 잘 맞추고 있네’ 등이지요. 그런데 함께 예배를 드리다 보면 이런 판단이 무색할 때가 많습니다. 전혀 의외로 뜨거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때도 있습니다. 바꿀 것이 많아 보였던 교회에서 밝고 생기 넘치는 성도들의 모습과 균형잡힌 예배를 만날 때면 보이는 것에 속았다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