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솨’ 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고개를 들어 봅니다. 늘 머무는 곳이지만 며칠 사이 아름다운 단풍이 진 자리로 더욱 맑아진 하늘이 반갑게 얼굴을 내밉니다. 지난여름 숲 그늘에선 몇 번 고개를 돌려야 눈을 맞출 수 있었던 하늘이 이제는 고개만 들어도 마주합니다. 가을은 하늘이 열리는 계절인가 봅니다. ‘솨’ 숲을 지나는 가을바람에 파란 하늘을 향해 가녀린 나뭇가지 끝에 달린 단풍잎이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바람은 데려가려고 하고 가지 끝 작은 단풍잎은 아직도 바람을 따라갈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바람이 올 때마다 단풍잎은 햇살로 반짝이며 바람개비처럼 돌고 있습니다. 아! 나뭇잎들도 떨어지는 순서가 있나 봅니다. 단풍든 나뭇잎들은 아랫가지에서부터 떨어지고 하늘이 가까운 높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