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에 갔다가 광복동과 남포동 사이에서 목적지를 찾지 못해 헤맨 적이 있습니다. 제 감각만 믿고 한 방향으로 쭉 걸어갔습니다. 20분 이상 걸어가면서 양쪽을 아무리 살펴봐도 목적지가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물어보니 왔던 길로 다시 걸어가라는 겁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기적과 같이 높은 곳에 걸려 있는 목적지의 대형 간판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아! 딱 한 번만 돌아서서 보았더라면 이런 생고생은 안 해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뇌리를 때렸습니다. 자기 경험에 대한 지나친 확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분주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자기 경험만 믿고 빠른 속도로 달려가다가 달려간 거리만큼 멀리 되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