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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목사님도? - 미션라이프

축복의통로 2014. 3. 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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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 짝, 노동당 부대표. 최근 우리나라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단어들이다. 이웃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죽음은 국민 모두를 우울의 늪에 빠지게 했다. 우리 사회는 이토록 아프다. 교회는 어떨까. 반기독교 확산과 이단의 발흥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함께 교회 내부의 변화로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순전한 기독교를 향한 목회자들의 몸부림은 ‘둘 사이에 끼어’(빌 1:23) 고뇌하는 사도바울처럼 보인다. 목회자들은 모든 문제를 온몸으로 떠받치며 달려간다. 이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다. 흔히 종교인(성직자) 수명이 가장 길다고 알려져 있지만 목사들에겐 예외인 것 같다. 목사에게 집중된 과중한 사역은 중압감과 탈진, 우울증이라는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박현수(가명·49) 목사는 신자 150여명 규모의 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그는 교우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지는 못한다. 괜히 말했다가 성도들에게 오해를 받은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속 깊은 이야기는 주로 동료 목사들과 하는데 그런 목사들조차 많지 않다.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한 탓에 국내 신학교 출신 목사들과 친분이 없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갑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욕이 생기지 않았고 몸도 나른했다. 왜 사는가 싶었다. 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내에겐 얘기도 꺼내지 못했다.

상담 전문가들에 따르면 목회자들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영적인 고갈과 과도한 목회사역이다. 영적 고갈에는 목회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에 대한 정죄, 사역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 부족한 지적인 능력 등이 작용한다. 너무 바쁜 활동은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목회자 75%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목회생활을 그만둘 생각을 한 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교인들의 끝없는 요구와 많은 설교 횟수, 가정 문제 등이 작용한다.

경기도 일산에서 목회하고 있는 임모(46) 목사는 “요즘은 전도를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전도하러 나가면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이 너무 팽배해 절망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미국 듀크신학대 목회자건강연구소는 감리교 목회자 17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우울증 유병률이 8.7∼11.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인 기준인 5.5%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수치였다. 조사에서는 목회자들 중 불안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13.5%에 달했으며 불안과 우울증을 함께 겪는 목회자 비율도 7%가 넘었다.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국내 목회자 가운데서도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우울한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죄에 대한 자기검열이 강한 성격일수록 더욱 그렇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교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과 강단에서 내려온 뒤 고독감이 이를 부추기는 것이다.

교회 역사에서는 우울증으로 고통 받았던 대가들이 있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는 일생동안 우울증과 씨름했다. 그는 1527년 일기에서 “일주일 이상 죽음과 지옥의 문턱에 서 있었다”고 기록했다. 루터 연구가 롤랜드 베이튼에 따르면 루터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심한 양극성 장애(우울증과 조증이 반복되는 기분장애)로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19세기 부흥운동에 불을 지폈던 영국의 명설교가 찰스 스펄전(1834∼1892) 목사도 중증우울증을 앓았다. 그는 일년에 2∼3개월은 아예 강단에 서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기독교 영성가 헨리 나우웬은 성장과정에서는 기분 장애로, 성인이 되어서는 우울증으로 평생 고통을 받았다.

과도한 목회 사역과 영적 침체 속에서 오는 우울증이 있는가 하면 경쟁적 개교회 시스템이 초래하는 우울증도 존재한다. 김일준(가명·54) 목사는 최근 자신이 졸업한 신학교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 이들 회합에는 대부분 자신보다 큰 교회를 맡은 목사들이 많았고 이들 앞에서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꼈다. 나름대로는 바른 목회를 지향했고 교인수와 상관없이 목회하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모임에만 가면 늘 초라해 보였다. 놀라운 것은 모임에 나오는 목사들은 이웃 교회를 경쟁상대로 여기는 게 보통이었다. 어떤 선배 목사는 ‘좋은 시절 다 갔다’며 자신의 재정 씀씀이를 지적하는 교회 장로를 흉봤다. 김 목사는 자신이 마치 전쟁터에서 발가벗고 서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총신대 라영환 교수는 “본질에 입각한 목회를 추구하려고 발버둥치지만 경쟁적인 한국교회 풍토 때문에 되레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목회의 목표는 교회 성장이 아니라 복음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성 목회자들의 우울 증상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내부 감정을 행동으로 나타내면서 공격적으로 변한다거나 스포츠나 일, 알코올, 포르노물로 관심을 돌린다. 강박적으로 철두철미하게 되거나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특징이다.

성경에서는 사사 삼손을 비롯해 이스라엘의 첫 임금 사울, 선지자 엘리야 등이 ‘우울’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블레셋의 지배와 지속적인 승리, 갈멜산 기적 이후 각각 우울증을 경험했다. 삼손은 기분 변화가 심했다. 사울왕은 두려움과 분노를 반복했고 자신감을 잃었다. 엘리야는 좌절과 대인기피, 자포자기 속에서 로뎀나무 밑으로 피신했다.

남성사역연구소 이의수 소장은 “남자들의 경우 방향을 잃을 때 우울해지기 쉽다”며 “목회자들은 수시로 자신의 사명과 소명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출처 : http://missionlife.kukinews.com/article/view.asp?gCode=0000&sCode=0000&arcid=0008136241&code=231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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